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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P2033

[2025.10.13, 헬스경향] “재택 복막투석, 내겐 가장 적합한 선택…투석방법엔 정답 없어요”

  • 2025-10-16
  • 조회 1845

[인터뷰] 말기콩팥병환자 우기정 씨

우기정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투석방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안내받고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투석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일상을 이어가고 싶은 환자들에겐 재택 복막투석이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저는 재택 복막투석을 선택하면서 더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건강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면서 내 몸을 더 사랑하게 됐죠. 다른 환자 분들도 자신에게 맞는 투석방법을 잘 선택해 일상의 끈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50대 말기콩팥병환자 우기정 씨(가명·남성)가 전한 진심 어린 당부이다. 그는 “너무 늦게 와 투석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할 만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사람이었다.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때 주치의인 이정표 교수(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장내과)로부터 투석방법엔 병원에서 받는 혈액투석과 집에서 하는 재택 복막투석이 있으며 ‘선택은 환자 몫’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바늘공포증이 있던 데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워낙 활발히 사회생활을 한 터라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혈액투석은 생활을 크게 제한할 것 같았다. 이정표 교수 역시 아직 젊은 나이와 활발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재택 복막투석이 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여러모로 현 상황에 적합한 재택 복막투석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치료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 의료진의 설명이 투석방법 결정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현재는 100% 신뢰하지만 진단 당시만 해도 의료진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이정표 교수님께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더니 다음 진료에서 무려 20분이 넘게 투석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삶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다. 환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주신 것이다. 또 간호사, 병원관계자 등 많은 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의료진에 대해 쌓인 신뢰와 주변 지원 덕분에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꿨고 삶의 동력을 얻었다. 재택 복막투석은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적합한 선택이었으며 투석 후 컨디션도 한결 나아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 재택 복막투석을 결정했을 때 이 교수의 반응은. 
속마음을 깊이 내비치진 않으셨지만 ‘다시 원래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해주셨다. 단순 치료를 넘어 다시 정상 생활로 복귀해 사회활동을 이어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환자가 가능한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며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 재택 복막투석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일단 많이들 걱정하는 복막염은 드물다. 우리나라 주거환경이 대체로 청결하고 환자들도 복막투석을 위해 삽입하는 도관을 함부로 만지거나 소독을 소홀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투석액 백을 처리하는 부분은 번거롭다. 한 달에 한 번 수거될 때까지 집안에 두고 보관해야 해서다. 

또 병원을 자주 안 가도 되지만 역으로 집에서 혼자 투석하다 보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밤중 기계에 오류가 생기면 ‘삑삑’ 경고음이 날 때도 있고 자세를 바꾸면 배액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울리곤 해 괴롭기도 했다.

여건이 허락되면 재택 복막투석환자도 1~2주에 한 번은 병원에 방문해 검사와 관리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의료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초반엔 이런 부분이 아쉽게 느껴졌다. 

- 일본에서 열린 신장질환 워크숍에서 재택 복막투석 경험을 발표했다고. 
지난달 열린 ’신장질환 국제기구 KDIGO 주관 동아시아 재택혈액투석 도입 및 확산 워크숍‘이었으며 재택 복막투석환자로서 느낄 수 있는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해 발표했다. 정확히는 재택 혈액투석 관련 논의가 진행된 자리였지만 다른 나라에선 집에서도 혈액투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또 인상 깊었던 점은 홍콩이나 대만은 기본적인 투석방법이 재택 복막투석이며 이를 하기 어려울 때 혈액투석을 선택하는 제도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었다. 제도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부분 많이 하는 혈액투석이 기본 투석방법처럼 보이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부분이었다. 더욱이 일본과 대만은 재택 복막투석 치료비 부담이 아예 없다고 한다(우리나라는 산정특례 적용으로 본인부담 10%).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를 들으면서 제도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혈액투석이든 재택 복막투석이든 환자가 넓은 선택의 폭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어느 한쪽이 좋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환자마다 각자의 상황과 생활방식,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혈액투석과 재택 복막투석을 모두 선택지로 두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고령층은 혈액투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반면 젊은층은 주변에 투석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또 혈액투석보다 식이 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사회활동을 이어가려는 젊은층에게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재택 복막투석은 환자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매일 투석액을 확인하며 색과 배액량을 스스로 점검하고 이상이 생기면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체상태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늘고 의료진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다. 혈액투석은 의료진이 알아서 진행한 후 수동적으로 결과를 전달받지만 재택 복막투석은 의료진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내 몸을 관리할 수 있다. 

- 투석환자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투석 시작 초기엔 정신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심리적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소통도 중요하다. 환자 한 명에게 긴 시간을 내주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소신과 신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만난다는 건 환자들에게 큰 복이다. 의료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서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의료진과 환자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었으면 한다. 

또 강조하고 싶은 점은 말기콩팥병과 투석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확산이다. 환자 입장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커뮤니티의 일반 게시물과 학회 유튜브 채널, 블로그 정도이다. 투석에 대한 오해를 막고 불신을 해소하려면 더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정확한 정보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 

 


“투석방법 선택은 환자 몫…재택 복막투석도 선택지의 하나로 고려돼야”
[인터뷰] 이정표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


이정표 교수는 ”학회가 재택 복막투석 활성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의료진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닌 투석환자의 선택권 보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재택 복막투석비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습니다(2023년 기준 약 3.8%).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5~10년 뒤엔 2% 대로 감소하거나 사라질 수도 있죠. 분명 재택 복막투석이 필요한 환자들도 있는데 선택지로서조차 고려되기 어려운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표 교수의 목소리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환자들이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석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려면 재택 복막투석도 최소한의 비율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 그는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 재택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정표 교수와도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눴다. 

- 국내 재택 복막투석비율이 유독 저조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우선 환자 양상이 변했다. 과거에는 사구체신염으로 콩팥이 나빠지는 환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조기발견 확률이 늘었다. 조기발견하면 투석 시작시점을 늦출 수 있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혈액투석 선택비율이 높은 편이다. 

제도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말기콩팥병환자는 혈액투석, 재택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재택 복막투석은 수가 등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예컨대 신장이식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의뢰하거나 혈액투석환자를 전원하는 경우 비교적 무리가 없지만 재택 복막투석환자를 지역 병원으로 전원하는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전담인력과 추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의료기관 입장에선 현실적인 부담을 안고 선의에 의존한 진료를 이어가야 한다. 

- 의료진 간 견해 차이도 존재할 것 같다. 
물론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재택 복막투석을 적극 권하기 어려운 몇 가지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선 재택 복막투석을 시행하려면 해당 의료기관에 반드시 전담간호사가 필요하다. 전담간호사를 배치하려면 재택 복막투석환자에서 일정한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재택 복막투석 진료에 별도의 수가가 없어 현실적으로 전담간호사를 배치하기 쉽지 않다. 결국 그 진료 부담이 의사에게 집중되고 이는 결국 의료진이 재택 복막투석을 권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환경으로 재택 복막투석환자 자체가 줄면서 의료진의 경험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재택 복막투석을 많이 시행하던 의료진도 은퇴했다. 더구나 젊은 의료진은 투석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고 경험도 부족하다. 이러한 구조가 계속 유지되면 환자가 원해도 재택 복막투석을 제공할 수 없는 의료환경이 머지않아 현실화 될 수 있다. 

- 재택 복막투석이 특히 필요한 환자들은. 
투석 접근성이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들이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와 목포 지역 의료진들은 진료권역 내 혈액투석실이 없어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학업과 직장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학생들과 젊은 성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혈액투석은 주 3회 병원에 와야 해서 학업이나 직업활동을 불가피하게 조정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물론 혈액투석과 재택 복막투석 간 차이점 등을 충분히 안내하고 환자의 결정을 보장(공유의사결정)하는 의료현장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충분치 않다 보니 실현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재택 복막투석이 필요한 환자들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의료현장에서도 진정한 환자 중심 진료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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