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윤리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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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oksun An
2021 ; 2021(1):
- 논문분류 :
- 춘계학술대회 초록집
지난 2000년, 정부의 무리한 의약분업 추진의 여파는 급기야 대한의사협회 차원의 전국적 의사파 업을 초래하였다. 고소득 고학력 전문직의 대명사인 의사직의 집단 파업은 정부와 우리사회의 당혹 스러운 경험이었다. 정부는 의사파업은 국제적으로 전대미문의 사태로 오도하며 국민을 볼모로 이 익집단이 보여주는 극단적 행동이라고 비난하였고 사회도 의사집단의 파업에 대하여 동조보다는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었다. 의사집단은 생명을 다루기에 의사 파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비윤리 적인 행동으로 파업 참여 전공의를 군의관으로 즉시 징집하겠다는 엉뚱한 발언까지 하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국방부는 군대가 의사처벌기구인가? 라는 말로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2000년 이 후부터 의사집단과 정부는 줄곧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의사파업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00 여 년 전에 이미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의 선진국은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인 의사 이익단체를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을 필두로 의사 단체는 의학 교육과 질 관리, 면허, 징계를 담당하는 법정단체인 의사 자율기구(Medical Council)와 이와는 별도 로 의사의 경제적 보상과 신분을 위한 조합성격의 이익단체인 의사회로 이원화 되었다. 1853년 영 국의사회(Medical Association)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응하기위한 의료정치(Health politics)를 목 적으로 설립 되었다. 영국의사회는 1975년 이후 영국의사를 대표하는 의사노조임을 천명하고 있다. 시대적 변천에 따른 의료 환경은 의사가 전통적인 자유업에서 점차 급여를 받는 피고용 의사가 늘 어나고 있고 의료가 사회적 실천(Social practice)으로 변모하며 의사를 위한 이익 단체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금도 의사의 권익과 신분보호를 위한 별도의 이익단체 가 없고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정책에 대항하여 전국적인 의사 파업을 주도하는 이익단 체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의사의 직무 분석을 살펴보면 의사는 육체노동, 정신노동, 감성노동의 세가지 요소를 모두 해야하 는 복합적인 전문직이다. 의사의 전문직업성 구현을 위하여는 세가지 역량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의사는 대표적인 전문직이나 육체노동, 감성노동을 해야 하는 직접근로의 근로 자적 요소가 매우 강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개원 대신 취업을 한 경우 피고용인이며 근로자적 특성은 더욱 강해진다. 현대는 점차 단독 개원의가 줄어들고 피고용의사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0만 의사면허 보유자 중 개원의는 3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도 독립개원의는 30%정도 보고 있다. 대학병원을 위시한 대형 기관에 의한 의료는 더욱 거대해 지고 거대자본을 형 성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의사는 자신을 고용한 기관의 이득 추구 정책과 의료가치의 기본이 되는 의학전문직없성이 충돌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피고용인으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기 본권도 고용주에 의하여 심각하게 훼손될 수 도 있는 상황을 경험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분이 낮 은 전공의는 고용주나 선생이며 감독자이고 고용주와 유사한 행동을 보여주는 상급 의사에 의하여 심각한 기본권의 침해도 상존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료정책의 역사가 명령과 통제의 식민주의 유산을 그대로 승계하여 정부의 무리한 보장성강화나 정치권의 선심 정책과 의료계의 이해가 충돌 하고 있다. 현대의 시대적 배경이 근로자로서 그리고 전문인으로서 의사의 권익보호도 너무나도 중 요한 사안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의사의 파업은 20세기 초 이래 현재까지 300회 이상 주로 선진국에서 발생하였다. 파업 의 발생은 근로환경, 경제적 보상, 의료정책 등이 주된 공통적 사안이다. 가장 강력했던 의사 파업은 독일, 영국 등 우리나라보다 민주화가 훨씬 더 진행된 나라들이다. 의사파업의 가장 큰 우려와 비난 은 환자를 볼모로 혹은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의료는 현대사회에서 나라의 운영에 가장 중요한 사안 중의 하나는 틀림없다. 소방서, 경찰, 군대와 같이 나라와 사회의 안전에 직결된 분 야이다. 그렇다고 의사가 군인이나 공무원과 동일한 신분은 절대로 아니다. 그럼에도 선진국일수록 의사의 파업에 대한 시각은 인간의 기본권 존중으로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고 있다. 파업 중이라도 응급, 분만, 투석, 시간을 요하는 암수술 등 최소 주말이나 공휴일 수준의 필수의료를 보장하여 의사 파업은 합법적이고 정당하며 당연한 권리로 인식된다. 선진국은 의사가 파업을 하였다고 우리나라 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다렸다는 듯 협회로 진입하여 자료 압수를 하거나 파시스트 정권의 긴 급조치와 같은 업무개시행정명령, 혹은 형사처벌을 겁박하는 행태는 상상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독 일병원의사회(Marburger Bund))는 12주 파업을 사회적 지지를 받는 성공적인 파업으로 이끈 경험 도 갖고 있다. 영국은 젊은의사회(Junior Doctors Network)의 몇 년간의 간헐적이고 연례적 파업은 결국 복지부 장관이 물러나게 되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예산과 합당한 보상없이 젋은 의사의 희 생을 강요한 지나친 주말의료정책이 가져온 씁쓸한 결과였다.
선진국에서 파업의 안전장치는 예정된 수술과 외래의 재조정을 위하여 반드시 파업 2주에서 4주정 도의 사전 공지 기간을 의무화 하고 있다. 파업을 통한 환자사망율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연구의 통 계자료는 매우 흥미롭다. 우리나라도 현 정권 집권초기에 임시 공휴일 하루를 추가하여 9일간의 연 속 공휴일을 국민 모두가 즐긴 경험이 있는데 당시 9일간의 주말이나 공휴일 진료로 환자사망율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사파업에 대한 생명 담보 비난은 지나친 우려로 보인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의사단체 파업 참여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파업이 환자진료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 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전문직단체의 파업이 미치는 상징적인 파급효과는 매우 큰 것도 사실이고 정권은 자신들의 명예와 치적에 크게 오점을 남긴다는 걱정이 주 된 사안이다. 정권은 의사파업을 비윤리적으로 비난하나 실제는 정권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현재의 정권이 자칭 민주화 정권이 라고 하나 보건의료 정책 추진의 명령과 통제의 구태의연한 답습은 의사단체와 긴장상태를 더욱 악 화시킬 수 있고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한 누적된 불만은 의사파업은 언제든지 다시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선진화된 나라들의 의사파업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제 시 작에 불과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구현을 위하여는 전문직 단체의 파업도 사회적으로 더욱 경험하고 학습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